http://flyturtle.egloos.com/2453256
이글루스에도 관련 글이 있네요. 하긴 고수분들은 다 아실 내용이죠.
1. 전 篆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처음 만든 게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뭐 널리 퍼진 편이죠.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문자를 새로 만드는 것도 딱히 특이한 일은 아니었거든요. 발해도 그랬다고 하고, 요나라부터 일본까지 오랑캐들은 자기들의 문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한자를 본땄지만요. 세종대왕 역시 중국부터 인도까지 많은 연구를 했죠. 여기서 뭔가를 따 왔다고 해서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게 옛부터 이어지던 문자를 모방한 거냐는 거죠. 그 근거로 흔히 나오는 것이 세종대왕과 최만리의 대화, 그리고 정인지가 쓴 서문입니다.
所以古人因聲制字(소이고인인성제자)그러므로 옛사람들은 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어
以通萬物之情 以載三才之道(이통만물지정 이재삼재지도) 만물의 정을 통하고 삼재의 이치를 실었으니
而後世不能易也(이후세불능역야) 후세의 세상에서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이거랑
象形而字倣古篆(상형이자방고전) 꼴을 본뜨되 글자가 옛날의 전자와 비슷하고
이거죠. 이 옛 글자라는 게 "조선의 옛 글자"라는 거죠.
http://sillok.history.go.kr/inspection/inspection.jsp?mState=2&mTree=0&clsName=&searchType=a&query_ime=%EC%B5%9C%EB%A7%8C%EB%A6%AC&keyword=%EC%B5%9C%EB%A7%8C%EB%A6%AC
최만리와의 대화는 너무 기니 링크로 옮깁니다.
그런데... 이걸 보면 이상한 게 느껴집니다.
우선 정인지의 서문입니다. 너무 기니 해석한 부분만 옮기겠습니다.
http://bitchen.egloos.com/4174267
"그러나(然) 사방의 풍토가 다르고 소리의 기운이 또한 이에 따라 다르다 대개 외국말이 그 소리는 있으나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글자를 빌어서 통용하고 쓰고 있는데 이는 마치 가는 구멍에 큰 괭이를 맞추어 넣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찌 백성이 통달 할 수 있으며 막힘이 없겠는가"
"요컨대 다 각각 처해 있는 곳에 따라 편리케 할 일이지 억지로 똑같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악과 문화 즉 도덕과 예술 문화가 중국에 찬란하였던 하나라와 견줄만하나 다만 우리말들이 속된 말이고 같지 않아서 글을 배우는 사람은 그 뜻을 깨우치기 어려움을 걱정하고 그 뜻을 아는 것이 힘이 든다 옥사를 다스리는 사람은 그 곡절을 서로 통하기가 힘드고 옛날 신라의 설총이 비로서 이두를 만들어 관청과 부처와 민간에 이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맨 위에서 말한 "옛 글자"가 우리나라 글자라면 왜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글자를 빌렸다"고 할까요? 또한 "우리가 하나라랑 맞먹는데 말이 같지 않아서" 이런 저런 어려움이 있다고 하고 그 때문에 설총이 이두를 만들었다고 하죠. 뒷 부분입니다.
"지금에까지 행하는 데 이르러 전부 다 중국에 글자를 빌리어 쓰고 있으나 혹은 걸리고 혹은 막히어 다만 비루하고 상고할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말 사이에 이르러서는 곧 만분의 일도 잘 통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맨 위의 말을 무시하고 그 뒷부분만 읽어봅시다. 여기에는 "원래 우리에게 문자가 있었다"는 뉘앙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거기다 맨 위에서 "옛 글자가 있다" 와 "사방의 소리가 다른데 소리가 있지만 글자는 없어서 한자를 빌려서~" 이 사이를 연결하는 글자는 然(그러나) 입니다.
최만리와 세종대왕의 대화 역시 마찬가집니다. 최만리의 말입니다.
"언문은 모두 옛 글자를 본뜬 것이고 새로 된 글자가 아니라.’ 하지만, 글자의 형상은 비록 옛날의 전문(篆文)을 모방하였을지라도 음을 쓰고 글자를 합하는 것은 모두 옛 것에 반대되니 실로 의거할 데가 없사옵니다."
최만리는 새로 만든 글자가 중국의 것과 다르다는 것에 크게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옛 글자를 본땄다고 하지만 그것과도 다르다"는 거였죠. 여기서 의문이 들죠. 새로 만든 것도 중국과 다르다고 반대했습니다. 그럼 저 "옛 글자"가 중국 게 아니었다면 그 "옛 글자"부터 문제삼아야 되지 않을까요? 저 말을 반대로 바꾸면 "옛 글자"와 같으면 상관 없다"는 게 되니까요.
정인지의 서문에서도, 최만리의 말에서도 나오는 옛 글자는 전문篆文입니다. 이게 뭔지 알아보죠.


2. 전문篆文
여기서 말하는 전은 전서, 옛날 서체의 한 종류입니다. 그 기원이 진나라(소전)부터 주나라(대전)까지 소급되죠. 하나의 뜻을 나타내는 데도 다양한 방법을 쓰는 서체죠. 다시 위로 올라가서 제가 업로드한 그림들을 봅시다. 첫 번째 그림이 남송의 정초가 쓴 육서략에 나온 전서를 만들어내는 방법입니다. 오른쪽을 보면 - 에서 - 을 더하면(加) =가 된다. 이런 게 있습니다. 山 두 개를 더하기도 하고 百 두 개를 더 하기도 하네요. 두 번째 그림이 이런 전서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외에도 이런 방법들이 더 있고, 그 방법의 수는 총 20개에 달합니다.
到 : 상하로 뒤집음 反, 向 : 좌우로 뒤집음
이걸 훈민정음, 지금의 한글에 적용해 볼까요?
ㄱ에서 한 획을 더 한 게 ㅋ입니다. ㄷ에 한 획을 더 한 게 ㅌ이죠. 이건 加입니다.
ㅂ 두 개를 합쳐서 ㅃ을 만듭니다. 이것은 상배相背입니다. 쌍기역, 쌍디귿 다 마찬가지죠. 아 이것도 상배가 아닌 가로 봐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모음도 마찬가지입니다. ㅗ와 ㅜ 는 도到, 상하로 뒤집은 것입니다. ㅏ와 ㅓ는 반反, 좌우로 뒤집은 거죠.
세종이 여기서 얼마나 힌트를 얻었는지는 알 수 없죠. 합용병서처럼 이걸 응용했거나 아예 독자적으로 만든 부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인지가 말 했고 세종대왕과 최만리가 싸운 옛 글자 篆은 분명 중국에 옛날부터 존재했고, 글자를 만드는 방식이 훈민정음을 만든 형식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옛 글자"라고 하니 "우리의 옛 글자"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거죠.
3. 소리를 본 따서?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所以古人因聲制字(소이고인인성제자)그러므로 옛사람들은 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어
이 부분이겠죠. 한자는 표의문자고 한글은 표음문자니까요.
그런데... 저 因聲이라는 부분이 표음과 표의를 나누는 것일까요? 한자 역시 처음에는 단순했어요. 나중에 표현할 게 많아지니까 조금씩 추가하면서 현재의 형태에 이르게 된 거죠. 부수라는, 소리 부분과 뜻 부분으로 나누는 것 역시 그것이구요. 글자 자체가 모양을 본 딴 상형자가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훈민정음 역시 마찬가집니다. 기역은 어떤 모양이니 니은은 어떤 모양이니 하는 게 그거죠. 저 말을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구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 저게 표음문자를 뜻 한다 하더라도, 뒷부분을 생각하면 우리의 옛 글자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설총의 이두는 비록 음이 다르다 하나, 음에 따르고 해석에 따라 어조와 문자가 원래 서로 떨어지지 않사온데, 이제 언문은 여러 글자를 합하여 함께 써서 그 음과 해석을 변한 것이고 글자의 형상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최만리가 말한 것 중 하나입니다. 앞부분을 정리하면 "옛 글자 베꼈대놓고 전혀 다르다"고 최만리가 말 하니 세종대왕은 "음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건 이두도 똑같잖아?"라고 반박했고, 그에 대한 재반박이죠.
"소리에 따르고(依音) 해석에 따라 어조와 문자가 원래 서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정인지의 서문에 나온 因聲制字(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다) 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여러 글자를 함께 써 음과 해석을 변하게 했으니 글자의 형상이 아니다" 이것은 분명 표음문자에 대한 말임을 알 수 있죠. 그들이 말한 "옛 글자"가 표음문자였다면 싸잡아 말하지 훈민정음만 따로 말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因聲制字 소리에 따른다. 이 말은 표의문자를 뜻 하는 것이지 표음문자를 뜻 하는 게 아닙니다.
4. 결론
세 줄 요약 비슷하게 해 보겠습니다.
최만리는 훈민정음을 중국과 다르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반박했습니다. 만약 "옛 글자"가 중국과 관련 없는 우리 거였으면 그것부터 딴지를 걸었을 것입니다.
정인지는 옛 글자 얘기를 하면서 그 다음에는 우리한테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글자를 빌렸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 게 잘났으니까 우리 걸 버렸다느니 하는 건 전혀 없이 "소리는 있지만 글자가 없어서"라고 하고 있죠.
다른 나라들에서 각자의 문자를 만든 거나 일본에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나, 우리의 구결문자에서 알 수 있듯 이전에 문자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훈민정음 창제 밑 반포 과정에서 그건 (있다면 연구는 했을지언정)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
솔직히 전자를 모방했다는 건 핑계로 보입니다. 중국의 전례를 중요시하는 조선이었으니까 만들긴 만들었는데 반대는 뻔하고, 그래서 일부러 전자를 베꼈다고 한 거죠. 훈민정음 내의 오리지널 요소가 너무 많으니까요. 어느 정도 참고야 했을 순 있겠지만, 저렇게 대 놓고 "우리 이거랑 비슷한 거 만들었음 ^_^" 할 수준은 아닌 것 같거든요. 최만리가 딴지 건 것도 "전자랑 비슷하대놓고 전혀 다르니까" 한 거구요.
예전에 썼던 글들 어느 정도 썼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이글루스 역덕 분들 글들 재밌게 봤다가 제 생각도 한 번 얘기해보고 싶어서 새로 가입했습니다. 선배님들의 많은 조언 부탁드릴게요.
이글루스에도 관련 글이 있네요. 하긴 고수분들은 다 아실 내용이죠.
1. 전 篆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처음 만든 게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뭐 널리 퍼진 편이죠.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문자를 새로 만드는 것도 딱히 특이한 일은 아니었거든요. 발해도 그랬다고 하고, 요나라부터 일본까지 오랑캐들은 자기들의 문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한자를 본땄지만요. 세종대왕 역시 중국부터 인도까지 많은 연구를 했죠. 여기서 뭔가를 따 왔다고 해서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게 옛부터 이어지던 문자를 모방한 거냐는 거죠. 그 근거로 흔히 나오는 것이 세종대왕과 최만리의 대화, 그리고 정인지가 쓴 서문입니다.
所以古人因聲制字(소이고인인성제자)그러므로 옛사람들은 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어
以通萬物之情 以載三才之道(이통만물지정 이재삼재지도) 만물의 정을 통하고 삼재의 이치를 실었으니
而後世不能易也(이후세불능역야) 후세의 세상에서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이거랑
象形而字倣古篆(상형이자방고전) 꼴을 본뜨되 글자가 옛날의 전자와 비슷하고
이거죠. 이 옛 글자라는 게 "조선의 옛 글자"라는 거죠.
http://sillok.history.go.kr/inspection/inspection.jsp?mState=2&mTree=0&clsName=&searchType=a&query_ime=%EC%B5%9C%EB%A7%8C%EB%A6%AC&keyword=%EC%B5%9C%EB%A7%8C%EB%A6%AC
최만리와의 대화는 너무 기니 링크로 옮깁니다.
그런데... 이걸 보면 이상한 게 느껴집니다.
우선 정인지의 서문입니다. 너무 기니 해석한 부분만 옮기겠습니다.
http://bitchen.egloos.com/4174267
"그러나(然) 사방의 풍토가 다르고 소리의 기운이 또한 이에 따라 다르다 대개 외국말이 그 소리는 있으나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글자를 빌어서 통용하고 쓰고 있는데 이는 마치 가는 구멍에 큰 괭이를 맞추어 넣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찌 백성이 통달 할 수 있으며 막힘이 없겠는가"
"요컨대 다 각각 처해 있는 곳에 따라 편리케 할 일이지 억지로 똑같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악과 문화 즉 도덕과 예술 문화가 중국에 찬란하였던 하나라와 견줄만하나 다만 우리말들이 속된 말이고 같지 않아서 글을 배우는 사람은 그 뜻을 깨우치기 어려움을 걱정하고 그 뜻을 아는 것이 힘이 든다 옥사를 다스리는 사람은 그 곡절을 서로 통하기가 힘드고 옛날 신라의 설총이 비로서 이두를 만들어 관청과 부처와 민간에 이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맨 위에서 말한 "옛 글자"가 우리나라 글자라면 왜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글자를 빌렸다"고 할까요? 또한 "우리가 하나라랑 맞먹는데 말이 같지 않아서" 이런 저런 어려움이 있다고 하고 그 때문에 설총이 이두를 만들었다고 하죠. 뒷 부분입니다.
"지금에까지 행하는 데 이르러 전부 다 중국에 글자를 빌리어 쓰고 있으나 혹은 걸리고 혹은 막히어 다만 비루하고 상고할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말 사이에 이르러서는 곧 만분의 일도 잘 통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맨 위의 말을 무시하고 그 뒷부분만 읽어봅시다. 여기에는 "원래 우리에게 문자가 있었다"는 뉘앙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거기다 맨 위에서 "옛 글자가 있다" 와 "사방의 소리가 다른데 소리가 있지만 글자는 없어서 한자를 빌려서~" 이 사이를 연결하는 글자는 然(그러나) 입니다.
최만리와 세종대왕의 대화 역시 마찬가집니다. 최만리의 말입니다.
"언문은 모두 옛 글자를 본뜬 것이고 새로 된 글자가 아니라.’ 하지만, 글자의 형상은 비록 옛날의 전문(篆文)을 모방하였을지라도 음을 쓰고 글자를 합하는 것은 모두 옛 것에 반대되니 실로 의거할 데가 없사옵니다."
최만리는 새로 만든 글자가 중국의 것과 다르다는 것에 크게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옛 글자를 본땄다고 하지만 그것과도 다르다"는 거였죠. 여기서 의문이 들죠. 새로 만든 것도 중국과 다르다고 반대했습니다. 그럼 저 "옛 글자"가 중국 게 아니었다면 그 "옛 글자"부터 문제삼아야 되지 않을까요? 저 말을 반대로 바꾸면 "옛 글자"와 같으면 상관 없다"는 게 되니까요.
정인지의 서문에서도, 최만리의 말에서도 나오는 옛 글자는 전문篆文입니다. 이게 뭔지 알아보죠.

2. 전문篆文
여기서 말하는 전은 전서, 옛날 서체의 한 종류입니다. 그 기원이 진나라(소전)부터 주나라(대전)까지 소급되죠. 하나의 뜻을 나타내는 데도 다양한 방법을 쓰는 서체죠. 다시 위로 올라가서 제가 업로드한 그림들을 봅시다. 첫 번째 그림이 남송의 정초가 쓴 육서략에 나온 전서를 만들어내는 방법입니다. 오른쪽을 보면 - 에서 - 을 더하면(加) =가 된다. 이런 게 있습니다. 山 두 개를 더하기도 하고 百 두 개를 더 하기도 하네요. 두 번째 그림이 이런 전서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외에도 이런 방법들이 더 있고, 그 방법의 수는 총 20개에 달합니다.
到 : 상하로 뒤집음 反, 向 : 좌우로 뒤집음
이걸 훈민정음, 지금의 한글에 적용해 볼까요?
ㄱ에서 한 획을 더 한 게 ㅋ입니다. ㄷ에 한 획을 더 한 게 ㅌ이죠. 이건 加입니다.
ㅂ 두 개를 합쳐서 ㅃ을 만듭니다. 이것은 상배相背입니다. 쌍기역, 쌍디귿 다 마찬가지죠. 아 이것도 상배가 아닌 가로 봐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모음도 마찬가지입니다. ㅗ와 ㅜ 는 도到, 상하로 뒤집은 것입니다. ㅏ와 ㅓ는 반反, 좌우로 뒤집은 거죠.
세종이 여기서 얼마나 힌트를 얻었는지는 알 수 없죠. 합용병서처럼 이걸 응용했거나 아예 독자적으로 만든 부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인지가 말 했고 세종대왕과 최만리가 싸운 옛 글자 篆은 분명 중국에 옛날부터 존재했고, 글자를 만드는 방식이 훈민정음을 만든 형식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옛 글자"라고 하니 "우리의 옛 글자"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거죠.
3. 소리를 본 따서?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所以古人因聲制字(소이고인인성제자)그러므로 옛사람들은 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어
이 부분이겠죠. 한자는 표의문자고 한글은 표음문자니까요.
그런데... 저 因聲이라는 부분이 표음과 표의를 나누는 것일까요? 한자 역시 처음에는 단순했어요. 나중에 표현할 게 많아지니까 조금씩 추가하면서 현재의 형태에 이르게 된 거죠. 부수라는, 소리 부분과 뜻 부분으로 나누는 것 역시 그것이구요. 글자 자체가 모양을 본 딴 상형자가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훈민정음 역시 마찬가집니다. 기역은 어떤 모양이니 니은은 어떤 모양이니 하는 게 그거죠. 저 말을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구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 저게 표음문자를 뜻 한다 하더라도, 뒷부분을 생각하면 우리의 옛 글자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설총의 이두는 비록 음이 다르다 하나, 음에 따르고 해석에 따라 어조와 문자가 원래 서로 떨어지지 않사온데, 이제 언문은 여러 글자를 합하여 함께 써서 그 음과 해석을 변한 것이고 글자의 형상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최만리가 말한 것 중 하나입니다. 앞부분을 정리하면 "옛 글자 베꼈대놓고 전혀 다르다"고 최만리가 말 하니 세종대왕은 "음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건 이두도 똑같잖아?"라고 반박했고, 그에 대한 재반박이죠.
"소리에 따르고(依音) 해석에 따라 어조와 문자가 원래 서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정인지의 서문에 나온 因聲制字(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다) 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여러 글자를 함께 써 음과 해석을 변하게 했으니 글자의 형상이 아니다" 이것은 분명 표음문자에 대한 말임을 알 수 있죠. 그들이 말한 "옛 글자"가 표음문자였다면 싸잡아 말하지 훈민정음만 따로 말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因聲制字 소리에 따른다. 이 말은 표의문자를 뜻 하는 것이지 표음문자를 뜻 하는 게 아닙니다.
4. 결론
세 줄 요약 비슷하게 해 보겠습니다.
최만리는 훈민정음을 중국과 다르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반박했습니다. 만약 "옛 글자"가 중국과 관련 없는 우리 거였으면 그것부터 딴지를 걸었을 것입니다.
정인지는 옛 글자 얘기를 하면서 그 다음에는 우리한테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글자를 빌렸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 게 잘났으니까 우리 걸 버렸다느니 하는 건 전혀 없이 "소리는 있지만 글자가 없어서"라고 하고 있죠.
다른 나라들에서 각자의 문자를 만든 거나 일본에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나, 우리의 구결문자에서 알 수 있듯 이전에 문자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훈민정음 창제 밑 반포 과정에서 그건 (있다면 연구는 했을지언정)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
솔직히 전자를 모방했다는 건 핑계로 보입니다. 중국의 전례를 중요시하는 조선이었으니까 만들긴 만들었는데 반대는 뻔하고, 그래서 일부러 전자를 베꼈다고 한 거죠. 훈민정음 내의 오리지널 요소가 너무 많으니까요. 어느 정도 참고야 했을 순 있겠지만, 저렇게 대 놓고 "우리 이거랑 비슷한 거 만들었음 ^_^" 할 수준은 아닌 것 같거든요. 최만리가 딴지 건 것도 "전자랑 비슷하대놓고 전혀 다르니까" 한 거구요.
예전에 썼던 글들 어느 정도 썼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이글루스 역덕 분들 글들 재밌게 봤다가 제 생각도 한 번 얘기해보고 싶어서 새로 가입했습니다. 선배님들의 많은 조언 부탁드릴게요.




덧글
저도 궁금했었는데 찾아 보니 나름 재밌는 게 나오더라구요.
유교체제에서 반대파들에 공격당하지 않을
눈가리고 아웅하는 클리셰가 아니었나 하는 정도인거 같습니다.
그나마 왕족들이 한판 일 벌이면 살벌했던 조선전기니까
임금님이 그러시다는데... 하고 먹혀들어갔지,
만약 조선 중후기때 저 정도 치례만 했다면
임금이 하늘아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천인공노할 짓을 했다고
반정 일으키고 사화라도 벌어졌을 듯...
나중에 가면 정말 힘들었겠죠. -_-; 주자의 말에 한 글자도 더하지 말라고 하던 시대니까요.
뭐 그래도 양반들한테까지 쓰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라서 의외로 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왕이 세게 나간 것도 있지만 반박은 정말 저거 한 번이니까요. 왠만한 일에도 몇 일간 농성은 기본이었을 땐데요.
그러니까 그 옛날 문자가 한문이라는 소리인데 한글 만드는데 한문을 모방했다니 참 기가 막히는군요.
그 옛날 문자는 분명 한문같은 뜻글자가 아니라 소리 글자인 것인 당연한 것인데.
참 어이가 없네
제발 사실을 자의적으로 왜곡하지말고 상식적으로 생각합시다.
최만리같은 꼴통은 한문이 아닌 다른 글자는 인정이 불가능했기에 뭐라도 트집을 잡았고
옛날의 篆자를 모방한다고 했고 그 篆자가 중국에 실제 있던 서체인데요?
"당연한 것" "자의적인 해석" "근거 없음" "상식적" 밖에 없습니다. 이건 근거가 아니죠
그러면 또 뭐 환빠니 뭐니 할 게 뻔하니까요.
그러나 성종때 성현의 용재총화에 글자 모양을 범어(인도 산스크리트어)를 본땄다라는 기사도 있고 이익이나 유희는 성호사설, 언문지에서 몽골 문자를 기원으로 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즉, 적어도 한문을 본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고 무언가 옛날부터 전해진 소리 문자를 모방했다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_= 비로그인으로 책임질 필요 없는 헛소리 맘껏 지껄일 수 있으니 기분 참 좋으셨쎄요??
아 나님 간만에 멋진 포스팅 읽어서 흥미진진한데 님이 이 좋은 기분 다 망치고 계심욬ㅋ
근거도 확실히 갖고왔고.
그럼 로그인이 벼슬인 위대한 로그인 이야타님께서 이 책임도 못지는 무식한 비로그인에게 한수 가르침을 주셔서 논파를 하시던지?
그리고 자방고전은 말 그대로 전서체를 모방했다는 뜻입니다. 또한 훈민정음이 전서체를 모방했다는 건 유명한 학설 중 하나입니다. 1966년도 유창균 교수의 논문에도 드러나듯이, 전서체의 자형과 훈민정음의 자형을 결부지어 생각했죠. 그런데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지금에 와서 이 고전기원설을 지지하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글자는 모양이 전부가 아닙니다. 모양 뿐 아니라 위치, 배열법, 발음구조, 조합법, 변형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데, 용재총화도 그렇고 성호사설이나 언문지에도 별 근거없이 모양이 조금 닮은 걸 가지고 이야기한 것 밖에 없는데요. "누구도 그랬다" 라는 게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모방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해야죠?
저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근거로 들겠습니다. 훈민정음의 성모체계는 중국의 36성모체계를 받아들여 변형한 것이고(치음에서 파찰음을 마찰음의 앞에 놓는 방법), 중성의 기본음을 조음 위치에 따라 . ㅡ ㅣ 로 분류한 것이나 어말자음과 어두자음을 같은 자모로 규정한 점, 치음의 대표음을 ㅈ이 아닌 ㅅ 으로 잡은 것 등은 모두 15세기 당시 중세국어의 현실에 최대한 맞추어 만들어낸 근거입니다. 세종은 당시 훈민정음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는데, 중국의 36성모체계와 전서체는 당연히 참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독창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죠.
일부 자모의 생성단계에서 그 모양에 영향을 받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훈민정음은 해례본에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모든 설명이 자세히 나옵니다. 뭐 훈민정음이 어디서 기원했고 뭘 모방했고 하는 거 다 해례본이 발견되지 않았던 옛날에나 하던 얘기에요.
음 그러니까 "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었다"가 소리 글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최만리가 한자와 이두를 설명할 때 "소리에 따라 가는 글자"라고 설명했다는 거죠.
한자도 제대로 못읽어, 자기 좋을대로 모든 상황을 만들어서 창작해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http://blog.daum.net/malgunvit/15645825
참 안쓰럽다 ㅉㅉㅉ...
어디서 가져왔던간에, 존나 잘만든거임 한글은.
한글은 존나 잘만든거임, 어디서 가져왔던간에.
존나 잘만든거임 한글은, 어디서 가져왔던간에.
제가 난독증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본문의 내용이 '한글은 한문 본따서 만든겁니다.'라고 이해하고 있는 비로그인들이 난독증이 있는건가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전서를 본따서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시각으로 해석한다면 그런 결론에 이를듯 본문에도 이미 그렇게 말한것 같은디 ㅇ;ㅇ
제 글을 끝까지 읽지도 않으시는 분들한테 뭘 기대하거나 할 순 없죠.
스피노자 할배인가 하는 분이 링크한 건 굳이 반박할 필요 없겠죠?
그래도 다른 분은 환국 얘기까지 확대하진 않으셨네요. 훌륭하십니다. :D
문제는 본문을 제대로 안 읽으셨네요.
제가 문제삼은 건 정인지와 최만리가 말한 "전"자가 한자의 전자라는 것입니다. 세종대왕이 다른 여러 나라 문자들도 참고했다는 건 "상식적" 아닌가요? 근데 그 중에서 한자의 "전"자만 콕 집어서 베꼈다고 한다는 것.
전자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한글의 오리지날 부분 (특히 소리 글자) 을 생각하면 그건 핑계라는 것.
하지만 "전자를 본땄다" "자방고전"은 그걸 말하는 거지 우리의 옛날 소리 글자를 말 한 게 아니라는 게 이 글의 결론입니다. (범어나 몽골 문자가 우리나라 건 아니죠?)
부디 글은 끝까지 읽어주세요. 그런 다음에 반박해야 글 쓰는 사람도 신이 나죠.
신고식이라 생각하겠지만, 다음 글들에는 반박을 함에 있어서 이런 분 안 보고 싶네요.
그건 지역드립도 마찬가집니다.
어차피 이 글은 자방고전에 대한 거지 훈민정음의 원리가 어떻다는 게 아니니까요
이야기가 워낙 길어지는 주제기도 하고
1학년 때 들은 교양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훈민정음은 다른 나라 문자를 참조했을까'라고
'우리말의 수수게끼'(김영사,박영준·서정곤·정주리·최정봉 지음) 7장에서(111P)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최만리 등이 상소한 적이 있네요
형태적으론 가림토문자,신대문자와 상당히 닮았습니다.
유사계통 문자의 장점만 모은 최종형태라 봐야겠죠.
그리하여 최고의 문자가 완성..
누가 언제 생각하건 사람이 추구하는 최종의 것은 대개 유사한 법입니다.
세계의 수학을 보듯 표현방법에 차이가 날 뿐이죠.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죠.
이두에 대해서도 이두는 정말 설총이 만들었을까 하는 주제로도 다루었으니 한번 읽어보시면 좋으실겁니다.
(띄어쓰기가 올려진 댓글과 쓴 댓글에 차이가 있네요 여러번 고쳐올려 죄송합니다)
답글
훈민정음해례본 중성해에 倣자가 사용되고 있는데 ~을 모방했다, 베꼈다란 뜻으로 쓰이진 않고 '앞에 사용하는 방식과 같다' 이런뜻으로 쓰였거든요. 한자는 웬만하면 축약해서 쓰므로 뭐가 축약했는지 생각해보면되죠.
방을 "~과 같다" 라고 해석할경우 뭐가 축약되었늘까요? 象形而字 倣古篆象形方式